1위 LG상대 연이틀 적시타
시즌 첫 홈런 때려 연패 탈출
침체된 팀 타선 덩달아 펄펄
나성범 이탈 딛고 반등 각오

프로야구 KIA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렸던 김도영(22)이 복귀와 함께 보여준 모습은 명불허전이었다. KIA 김도영은 부상으로 한 달 넘은 공백기가 있었지만 돌아오자마자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잠자던 호랑이 군단의 발톱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김도영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KIA가 우승후보의 면모를 되찾을 것인지 주목된다.
김도영은 프로 3년 차였던 지난해 타율 0.347과 38홈런, 40도루, 143득점, 10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67에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 달성,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 월간 10홈런-10도루 최초 달성, 최소 타석 사이클링 히트 등 화려한 기록을 써냈다. KBO리그를 씹어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도 당연했고, 김도영의 눈부신 활약을 등에 업은 KIA는 구단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팬들은 김도영이 2025시즌에 더 성장한 모습으로 KIA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어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김도영은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22일 NC와 개막전에서 안타를 친 뒤 베이스를 돌다 오른쪽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을 다쳤다. 부상 회복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우승후보 KIA는 부진에 시달리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본인도 답답했을 만큼 긴 기다림 끝에 김도영은 지난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전에서 34일 만에 돌아왔다. 이날 4회 대타로 나와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리며 알찬 복귀 신고를 했다. 26일 LG전에서는 3번 지명타자로 복귀 후 첫 선발 출전했다. 아무리 김도영이라도 적응 기간이 좀 필요할 것이란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도영은 1회 무사 1, 2루에서 나선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로 타점을 올리더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나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다. LG 선발 이지강의 3구째 시속 126㎞ 커브를 받아쳐 105m를 날아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였다. 그것도 느린 변화구를 밀어쳐 넘겼다는 점에서 많은 이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김도영이 터지자 그동안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KIA 타선이 동반 폭발해 일찌감치 8-0으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고 결국 KIA는 8-4로 승리해 3연패에서 탈출했다. 김도영은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뒤 나선 두 타석에선 범타에 그쳤지만 식어 있던 호랑이 군단의 방망이를 달구는 불쏘시개 역할을 충분히 한 뒤였다. 그만큼 김도영의 존재 하나로 KIA 타선은 물론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질 만큼 그의 영향력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김도영이 만들어준 기세를 바탕으로 KIA가 상위권으로 반등에 성공하느냐다. 다만 KIA에 악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도영이 돌아오자 이번엔 주장 나성범(35)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나성범은 26일 LG전에서 타격 후 1루로 달리다가 오른쪽 종아리 통증을 느껴 교체됐고 경기 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결과 근육 손상 진단을 받았다. 2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나성범은 2주 후 재검진할 예정이라 KIA는 또다시 중심타선에 구멍이 생겼다.
KIA 입장에서 김도영의 복귀가 적잖은 위안이 되고, 그의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써줘야 할 이유다. 김도영은 “햄스트링이라는 근육 자체가 부상 위험이 있는 부위라 지금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 불안감을 떨치는 게 우선”이라며 “부상이 재발하지 않게끔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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