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콘텐츠 제작 모임도 운영
경기도교육청 장학사하다 복귀
2025년 초엔 교직 권하는 책 출간도
“훌륭한 교사 육성엔 지원 필수
AI, 수업보다는 행정 활용을”
“취업 잘된다고 해서요.”
15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김차명(42·광명서초등학교) 교사가 말하는 교사가 된 이유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어릴 적부터 꿈이어서’ 등 적성이나 소명과 관련된 시작은 아니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교사를 택한 그는 누구보다도 교직 생활에 진심이다. ‘참쌤’이란 이름으로도 유명한 ‘1세대 교사 인플루언서’인 그는 교사들을 위한 디지털교육콘텐츠를 만드는 전국단위 교사모임 ‘참쌤스쿨’을 만들어 운영하고,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지난해 다시 학교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올해 초 책도 펴냈다. 제목은 ‘그래도 네가 선생님을 했으면 좋겠어.’ 많은 이들이 교직의 고달픔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란 직업을 추천한다는 김 교사를 25일 만났다.

김 교사에게 교사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김 교사는 “그때만 해도 ‘교대에 가면 100% 교사가 되던 시절’”이라며 “교사의 벌이가 나쁘다는 인식도 적었고, 초등학교 교사는 임용 경쟁률도 높지 않았던 때라 크게 고민 안 하고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교직 사회는 김 교사가 교대를 선택하던 때의 풍경과는 좀 달라졌다. 교권 추락 등이 연일 이슈가 되면서 교직을 떠나는 이가 늘고 있고, 교대 인기도 떨어지는 추세다. 김 교사의 책에는 이런 시대에 교사로 살아가는 실존적인 고민이 담겼다. ‘진솔하게 말해보는 교사의 일과 삶’이란 부제처럼 교사로서 느끼는 고민과 위로, 조언이 가감 없이 들어갔다.
김 교사는 “취업이 잘 된다고 교직을 선택했지만, 그 이유 때문에 대학 내내 자격지심도 많이 가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도 교수로부터 “어떤 이유로 교대에 왔든, 교직을 선택한 순간 절반은 선생님”이란 말을 듣고 나머지는 열정과 노력으로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삶은 이런 열정과 노력의 연속이다. 참쌤스쿨에서 많은 교사들과 교육 콘텐츠를 나누고, SNS 등을 통해 교직 생활을 알리는데도 열심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 경기교육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선택한 교직은 어느새 그의 천성이 됐다. 김 교사는 “적성보다도 일단 직업을 가진 후 얼마나 노력하는지, 얼마나 효능감을 가지고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그런 것들이 애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교권 이슈와 좁아진 임용문 등 교사로서 녹록지 않은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인터뷰 내내 후회나 회의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려움을 끌어안고 고민하기보다는 털고 일어나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그가 ‘직업으로서의 교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법처럼 보였다.
그는 교직을 망설이게 하는 ‘수입’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 교사는 “수당까지 합치면 나쁜 편은 아니지만 공제가 많아 실수령액이 적다. 연금도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라면서도 “하지만 미래의 수입도 예측된다는 점은 장점이다. 젊은 선생님들을 만나면 이런 점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도 관심을 가져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수입이 적다고 불평만 하기보다,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선생님이 돈 이야기 등을 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선생님은 이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생님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늘 좋은 것은 아니지만, 김 교사에게 교사란 직업은 ‘10점 만점에 10점’ 직업이다. 김 교사는 다른 직업보다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은 점, 미래 예측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점 등을 교사의 장점으로 꼽았다. 김 교사는 “여유 시간을 활용하면 평소 관심 있던 분야에 대해 배울 기회도 많고, 또 다른 전문가도 될 수 있는 등 알면 알수록 직업적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이다.
김 교사가 말하는 ‘훌륭한 교사’가 되는 조건은 ‘노력하고 성찰하며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이런 교사들이 많아지기 위해선 교육 당국의 지원은 필수다. 김 교사는 “아무리 힘든 직장이어도 자신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 이상의 의욕이 샘솟을 것”이라며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열정적인 교사들의 희생만 강조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김 교사는 “현재 교육 당국이 인공지능(AI)을 수업에 활용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그보다 행정업무에 이용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교직을 후회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느낌으로 즐겁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들을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교사들도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교권 문제는 법을 만들거나 교육감이나 교원 단체가 나서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우선 교사들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꿈은 되도록 오래 교사를 하는 것이다. 언젠가 AI가 교사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직 인기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어쩌면 지금이 ‘저점’이 아닐까요. 교사는 여전히 가능성이 크고 재밌는 직업입니다. 좋은 분들이 오래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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